결혼은 돈이 많이 든다.

일생의 단 한 번!
결혼시장에서 가장 유용하게 통하는 마법과 같은 주문이다.(모 통신사의 비비디 바비디두따위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긴가민가, 이래도 될까, 너무 과한게 아닐까, 전전긍긍, 조심조심 이 모든 망설임을 단숨에 날려주는 한 마디. 조개의 껍질처럼 단단하게 닫혀있고 '택배왔어요' 주문에도 열리지 않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어주는 기적의 경구. 물론 예비 신랑신부 입장에선 그닥 달갑지만은 않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나라 특유의 허영심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일리가 있지만, 모름지기 동서양 고금을 막론하고 결혼은 돈이 많이 든다. 나름 합리적(?)이라고 하는 미국만 해도 웨딩플래너라는 직업이 있지 않은가? 드레스샵, 이벤트 업체, 신혼여행, 각종 선물들(한국에선 예단, 예물)... 온갖 것들이 끼어들어 얼마나 복잡했으면 이걸 셋팅해주고 조정해주는 웨딩플래너라는 직업까지 있겠는가. 인기시트콤 '프렌즈'에서도 챈들러와 모니카가 결혼식 비용으로 싸우는 장면이 나온다. 정확한 원어 대사는 잘 기억이 안나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챈들러 : "그렇게 큰 돈을 겨우 파티 한 번 여는데 전부 써버릴 수는 없어"
모니카 : "결혼식을 자꾸 파티라고 부르면 넌 그 파티에 초대못받을거야"


결혼이 돈이 많이 드는 이유는 결혼에 대해 남녀가 꿈꿔왔던 것들이 달라서일 수도 있고 양가 집안의 자존심이 걸려서일 수도 있고 돈이 많아서일 수도 있고 돈이 없어서일 수도 있지만,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지출규모가 계속 커지는 건 역시나 '일생이 단 한 번'심리가 작용해서 일 것이다.

내 신혼여행만 해도 그랬다. 처음에 지역을 정했고 일정을 짜다보니 그렇게 멀리까지 가는데 잠깐만 있다오기엔 아까워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는데 마침 어느 리조트에서 몇 박 이상 머물면 + 1박은 무료로 해주는 프로모션을 하는 것을 발견했다. 문제는 그 리조트가 우리가 당초 생각했던 곳들보다 훨씬 더 고급리조트였다는 것.. 그래도 정상가격(이라는게 애시당초에서부터 존재하는 건지, 그게 '정상'이라고 누가 정한 건지는 모르겠지만)보다는 저렴한 비용으로 숙박할 수 있다보니 약간 무리가 되더라도 거기로 정하기로 했다. 근데 또 문제가 그 리조트의 그나마 저렴한 등급의 룸은 이미 예약이 꽉찬 상태라 여기서 또다시 약간의 무리를 해서 룸을 업그레이드해서 갔다오다보니.... 하하하.... 물론 매우매우 좋은 곳이었고 매우매우 즐겁게 즐기다 왔고 아주아주 만족스러웠지만... 그렇다, 결혼이라는게 그런거다.

중요한 것은 지출이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라도(대부분 늘어난다.) 그만큼 당사자들이 행복하면 된다는 것이다. 돈은 돈대로 쓰고 다툼을 하느라 기분은 기분대로 상해선 안된다는 것이지..

여기 그 어려운 관문을 뚫고 결혼에 골인하게 된 회사 동료 두 사람이 있다.


결혼하기까지 물론 힘이 들었겠지만 그만큼 훨씬훨씬 더 많이많이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웨딩촬영을 따라가 찍은 한 컷을 올리며 다시 한 번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해본다.





결혼은 돈이 많이 든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마음이 맞는다면 조금 덜 아깝다.

acro™


by acro™ | 2009/07/13 20:39 | 이런저런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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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CozyrooM at 2009/07/15 21:00
신랑 라인보다 신부 라인이 상당히 좋잖... 악흐로님은...
두 사람의 마음이 교묘하게 맞으면 돈이 '새는' 결혼식까지는 막을 수도 있습니당. 많이 들어도 모두 '남는' 방향으로 하는 거죠. 물론 내적 갈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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