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not big fan of him, but....



Michael Jackson(1958-2009)



제목처럼 나는 그의 대단한 팬이 아니다. 잭슨의 기념비적인 Thrilla앨범(1982)이 나왔을 때는 말할 것도 없고(하긴 그땐 너무 어렸었다.) Bad(1987)앨범이 나왔을 때도 나는 그를 몰랐다. 어리기도 어렸었지만 내가 살던 변두리 동네는, 나를 포함해서 친구들, 혹은 동네 형들조차도 마이클 잭슨의 새 앨범이 화제가 될만한 지역이 아니었다. 물론 '문명세계'에서 그 이름까지 전혀 모른다고는 할 수 없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시절, 내가 마이클 잭슨을 접했던 통로라고는 얼핏 나오는 해외토픽의 한 토막, '세상에 이런 일이'수준으로 비춰졌던 공연 장면,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으로 등재되어 있던 기네스북의 한 페이지였다. 당시 우리집에는 라디오조차 없었다.(어쩌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시 라디오란 내 인지영역 밖에 있던 물건이었다.)

내가 본격적으로 그의 음악을 접했던 것은 91년 발표된 'Dangerous'앨범때였다.
10년만 활동해도 7-8집이 예사인 보통의 가수들(특히, 우리나라 가수들)에 비하면 마이클 잭슨의 디스크그라피는 뜻밖에 그리 많지 않다. 재슨5시절을 빼고 따지자면 79년 발표된 'Off the wall'을 시작으로 Thrilla(82), Bad(87), Dangerous(91), History(95)정도이다.(그에겐 재앙으로 평가되는 마지막 정규앨범은 빼기로 하자.) 그나마도 History앨범은 신곡 반, 히트곡 반이었으니 어떻게 보면 내가 처음 듣기 시작했던 Dangerous앨범은 그의 마지막 전성기적 앨범이라고 해야겠다. 그나마 그때부터 마이클 잭슨을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내가 재슨의 앨범 중 Dangerous를 처음으로 제대로 들었다고 해서 내가 그를 처음 알았다고 할 수는 없겠다. 그가 Thrilla를 발표하고 전세계에 흰장갑과 선글라스를 유행시킨 이래, 중력의 힘을 벗어난 듯한 lean댄스와 문워크를 보였던 이래, 내가 듣고 보았던 수많은 팝과 가요들이 그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서, 그리고 지금도 수많은 스타들이 어린 시절 그가 우상이었고 그의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세대 중 그 어느 누구도 온전히 그의 자장 안에서 벗어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극히 드무리라. 어떤 이들은 그의 음악을 퀴시 존스의 공으로 돌리고, 어떤 이들은 그를 키운 것은 MTV의 전략이라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그는 음악적으로 훌륭한 Musician 이었고 무대 위에선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걸출한 Perfomer였다.

또한 그의 활약과 대중적 인기는 인종차별을 넘어설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고 그런 점에서 그는 마이클 조던과 더불어 8-90년를 관통하는 하나의 아이콘이었다.  "백인이 지배하던 미국사회에서 흑인의 긍지와 자신감을 높여줬다는 점에서 마이클 잭슨은 단순한 대중음악가라기보다 큰 사회적 영향을 미친 인물로 봐야한다"며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도 어떤 면에서는 그에게 빚을 지고 있는 셈"이라고 평가한 어느 평론가의 평은 이를 잘 반영한다.


오늘 밤, MBC에서 방영한 마이클 잭슨 특집 기념 공연을 보여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앞으로, 그 어떤 누군가가 저렇게 많은 사람을 저토록 열광하게 만들 수 있을까?'
과연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물론 어떤 공연은 저것보다 훨씬 더 몰입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고, 어떤 공연은 저보다 많은 사람을 불러모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마이클 잭슨처럼 그렇게 광범위한 대중들에게 그토록 열광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말년에 타블로이드 신문과 파파라치들의 극성때문에 추문에 휩싸였고 그것을 제대로 해명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아니, 대중들은 그의 해명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떠나갔지만, 그는 살아서 이미 별이 되었고 죽어서는 이제 전설로 남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 시대 최고의 스타는, 팝의 황제는 떠나갔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제목에 밝혔듯이 나는 그의 빅 팬이 아니다.

그럼에도 나에게 그의 죽음이 이토록 크게 다가오는 것은, 그의 죽음이 내가 키웠고 지금의 나를 살찌운 자양분이었던, 내가 살아왔던 한 시대의 종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It's an End of The Era.



Like a comet

Blazing 'cross the evening sky


Like a rainbow
Fading in the twinkling of an eye


Gone too soon


-Gone too soon 中-





GoodBye Michael, R.I.P




acro™


by acro™ | 2009/07/05 03:29 | 이런저런 이야기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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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CozyrooM at 2009/07/15 21:11
저의 어린 시절을 지배했던 사람들이 갑니다. 존 레논이 가고, 찰리 채플린이 가고, 커트 코베인이 가고, 이주일이 가고, 크리스토퍼 리브가 가고, 크리스찬 디올이 가고, 프레디 머큐리가 가고, 화곡동의 한 초등학교 학생에게 문워크를 연구해서 며칠만에 결국 터득하게 만든 마이클 잭슨이 갑니다. 하지만 그들은 유전자처럼 강력한 무언가를 남기고 갔습니다.

어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은 죽기도 전에 그 유전자는 커녕 냄새마저, 기억마저 사라집니다.
Commented by 정용수 at 2009/07/19 01:10
acro ??
혹시, 제가 아는 국경94 이두한이란 친구가 아닌지?
웹상에서 떠돌다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답글 남겨봅니다.
쥔장님, 아니시면 죄송합니다... 만약 제가 생각한 친구가 아니라면 아래는 무시해주세요.

-아래-
slrclub에서 늦깍이 신혼여행기도 읽었고, 그 외에 글도 몇 개 읽었다.
글을 읽을 수록 너가 맞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한 시기, 전공, 다양한 잡지식, 그리고 일상에 대한 고민이 묻어나는 글빨~
두한이 너 맞지??

아마도 너가 처음 취직했을 때, 어이없는 부탁한다고 전화했던 기억이 마지막 기억인 것 같구나.
난 작년에 결혼했고, 딸아이가 생겼다.
그 새 회사는 한번 옮겨 지금은 모 통신회사에 있고,,, 그냥 그렇게 산다.

요즘 아기 생기고 사진에 취미가 다시 붙어 우연히 slrclub 들어갔다가 니 여행기를 보았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이제 가끔 니 글 찾아서 덧글 남기고 그래야겠다.
너무너무 반가왔다~
Commented by acro™ at 2009/07/20 00:21
용수야 나 맞다 ^^;

ㅎㅎ 이렇게라도 만나게 돼서 반갑구나. 잘 지내지??

너도 결혼 축하하고 딸아이 생긴 것도 축하한다. ㅎ
Commented by 정용수 at 2009/07/30 11:14
역시 맞구나.
반가우이... 회사는 잘 다니고 있을 듯 하고, 어느 동네에 서식하시나?
난 광화문과 독립문역을 왔다갔다 한다.
가끔 국경 사람들 점심 먹는데,,, 넌 좀 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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