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터지는 분노, 투정일까? 깨달음일까?

공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경영평가 결과가 발표되었다.
일반 국민들에게는 그저 요식행위로 보이겠지만 해당 직원들에게는 이 경영평가의 결과는 상당히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직접적으로 급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1위 기업은 500%, 최하위 기업에게는 200%의 인센티브가 지급되는데, 이 차이가 상당하다. 때문에 피평가기업은 이 경영평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만전을 기해 준비를 한다. 진력이 다 빠져버릴 정도로. 이 지급률은 기본급을 줄이는 대신 차등평가 폭을 늘려야한다는 노사정위원회의 합의를 통해 도출된 것이다. 이놈이든 저놈이든 공기업 다니는 놈들은 모두 그저 세금도둑일 뿐인데 하는 일도 없이 매일 노는 놈들이 무슨 상여금을 그렇게 많이 받아가느냐는 분들이 계시다면, 구구절절 설명하느라 진을 빼고 싶지는 않다. 설명해도 귀를 닫으실 것 같기 때문에.

올해 경영평가의 결과가 문제가 된 것은 그 평가의 척도가 상당히 자의적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누가 정부의 시책을 잘 따랐는가에 큰 비중을 두고 평가점수가 산정되었으니까. 정원 조정, 신입사원 임금 삭감, 행정인턴 고용 실적 등 기업의 고유 경영활동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일방적인 지침에 충실한 기업이 좋은 점수를 받는 구조로 행해진 경영평가는 편향성을 비판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불만을 야기한 것은 정부의 일방적인 상여금 지급율 삭감이다. 1위를 한 기업에는 500%의 상여금이 지급되어야 하는데 경기침체를 이유로 상한선을 400%로 줄여버린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서 1위를 하기는 했지만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지 못하고 A등급을 받았다는 이유로 다시 50%를 삭감하여 결국 1위를 한 기업도 350%만 지급받게 되었다.
작년에 1위를 한 기업의 월기본급이 X라면 작년엔 12X + 500%*X = 17X의 총급여를 받았는데 올해는 12X + 350%*X = 15.5X만을 받게 된 것이다. 아무런 근거없이 8.82%의 임금삭감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당연히 불만이 부글부글 끓어오를 수 밖에..

노조에서는 뒤늦게야 강력히 규탄한다는 성명서를 내며 뒷북을 치고 사람들은 서로 니가 찍었네, 내가 안찍었네하며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굳이 시니컬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 하더라도 웃기기 짝이 없는 모습니다. 노동자의 권리는 스스로 찾아먹으려 해도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이건만 감나무 밑에서 언제 떨어지나 바라보고만 있다가 뒤늦게야 까치밥도 안남겼다고 항의하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한나라당과 정책공조하겠다고 설레발치던 노조야 말할 것도 없다. 명색이 노조라는 이름을 걸고있는 단체가 한나라당이라는 집단과 '정책공조'를 하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데 대놓고 그걸 자랑하듯 홍보했던 모습을 어떻게 보아야할까. 집권뒤 공조를 커녕 방조밖에 할 수 밖에 없다는 걸 예견하지 못했을까. 후보와 당의 특성, 공약들의 면면을 통해 쉽게 추측할 수 있는 그런 뻔한 앞날조차 내다보지 못했다면 지극히 무능한 것이고, 알면서도 비례대표로 주어지는 국회의원 자리를 노리고 방관했다면 더없이 부도덕한 짓인데 어느 쪽이나 변명의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이제서야 변죽을 울리며 정부와 대통령을 비난하는 직원들. 달동네에 살면서도 부잣집 종부세를 걱정하며 전 정부를 비난하던 사람들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팀 주변에 물어보면 다들 자기는 안찍었다는데 표본선정이 정확하진 않더라도 우리 회사 사람들 정도라면 대선투표율과 거의 일치할 것이다. 즉, 절반이상은 현 대통령을 뽑았다는 얘기다. 대선공약에서부터 공공기관, 공기업을 손보겠다고 벼르던 후보를 자기들 손으로 뽑아놓고 지금와서 성토하고 있다. 솔직히 물어보고 싶다. 공기업 구조구정한다고 해도 설마 나까지 피해가 오랴하는 심정은 아니었는지, 그런 건 잘 모르겠고 일단 내 펀드, 내 집 값만 오르면 된다는 눈 앞의 이득을 쫒아간 건 아니었는지.

그나마 지금이라도 깨달으면 다행이다.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꼈으면 좋겠다. 당신들은 노동자다. 당장이라도 직장을 잃게되면 도시빈민으로 전락하기 쉽상인 그런 노동자다. 그건 그리 거창한 발견이 아니다. 신의 직장이니 철밥통이니 하는 부러움에 눈 멀어 으쓱하느라 몰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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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ro™ | 2009/06/25 17:52 | 이런저런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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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CozyrooM at 2009/07/02 13:19
아크로님... <시대정신> 보시고 <화폐전쟁> 읽으셨지요? 뭐 꼭 권할 것인가 싶지만 <그림자 정부> 시리즈도 권하고 싶어요. 머 다 이런 거잖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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