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켐페인] 리플이나 글을 지우지 맙시다.
slr클럽에서 쓴 글입니다.
하지만 특정 동호회가 아닌 모든 넷 상에서 공통적으로 지켜야할 예의라고 생각되기에 올려봅니다.



다들 아시는 것처럼 현재의 인터넷 문화는 케텔시절부터 시작된 소위 'pc통신'시절부터 시작합니다. 저야 연식이 덜 되다보니 잘 모르겠지만(^^;), 아직도 작금의 인터넷 문화를 한탄(?)하시며 '예전엔 안그랬는데..'라고 안타까워하시는 분이 있으시지요. 그만큼 넷이라는 공간의 기본적인 속성(익명성)은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본질적인 면에서는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pc통신이라는 단어에서부터 알 수 있는 것처럼, 넷 공간의 문화는 기본적으로 communicatin 즉 '소통'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즉, 혼자인 것 같지만 혼자만의 공간이 아니고 지극히 개인적인 것 같지만 사실은 타인에게 개방되어 있는 공간인 것이죠. 이러한 인터넷의 공간에서 우리는 서로 만나고 친해지고 싸우고 헤어집니다.


우리가 넷 상에서 서로 소통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글을 써서 게시판에 올릴 수도 있도 사진으로도, 음악으로도, 그림으로도, 혹은 음성 파일을 올리셔서라도 하고 싶은 말을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수단의 중요한 본질은, 적어도 공개된 게시판에서라면 내 것이지만 내 것이라고 할 수 없는 공통의 소유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소통 또는 '타인에게 말걸기'를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늘 그래왔지만, 글을 지우는 행위에 대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물론 일견 내가 내 글을 올렸다가 어떤 이유에서든지(답변이 맘에 안들어서일 수도 있고, 쓰고 나니 부끄러워일 수도 있고, 혹은 싫은 사람이 리플을 달아서일 수도 있습니다) 삭제하는 것은 '내가 내 글 내 마음대로 지우는데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공개게시판에서 자신이 올린 글을 지운다는 것은 반드시 잘못되었다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예의에 어긋나는 행위'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게시판에 올린 글은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던진 화두일 뿐만 아니라 나도 모르는(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대해야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말을 건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도 어떤 사람에게(하물며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건다음 한참 그 사람이 대답하고 나니까 '못 들은 걸로 할게'라고 하는 사람은 없겠죠?? 글을 지운다는 것은 그런 것과 비슷한 행위가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일단 게시판에 올라간 글의 소유권는 나에게 뿐만 아니라 리플을 달아준 모든 사람, 그리고 그 글을 읽은 모든 사람에게 함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었을 때 비록 내가 원하는 답이 아닌, 나는 만족하지 못하는 대답을 들었다 할지라도 '됐거든??'이라고 무시할 수 없겠지요. 리플을 달지 않고 그냥 읽고만 넘어간 사람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말 좀 들어보소'라고 사람들에게 말을 붙여서 이것저것 하고 싶은 말을 다 한 다음 '얘기 듣느라 수고했는데, 그만 잊어주세요'라고 실없이 넘어갈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것도 공공장소에서, 모르는 사람들에게 말이지요.


유용한 정보가 되는 질문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항상 하는 말처럼 우리 클럽의 자게는 네이버 지식인보다 더 빠르고 더 정확하고 이해가 안되면 쪽지를 보내서 보충설명까지 들을 수 있는 편리함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질문과 답변들이 쌓이고쌓여서 거대한 지식의 DB를 생성하지요. 지식의 DB는 당장 지금 필요한 것도 있겠지만 언제가 나중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유용합니다. 당시에는 관심이 없어서 그냥 넘어갔지만 나중에 '예전에 비슷한 질문이 올라왔었는데..'라는 기억으로 유용한 정보를 얻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 경우에는 당시에는 무플로 넘어갔던 질문도 그 질문자에게 쪽지로 '그때 그 것 혹시 알게 되셨나요? 저도 요새 그 문제로 고민인데 해결하셨으면 좀 알려주세요'라고 물어봐서 해결책은 얻은 기억도 납니다. 대수롭지 않은 질문 하나하나가 나중에는 큰 힘이 되지요. 물론 애써 답변해준 분들에 대한 무례는 더 얘기할 필요도 없겠죠??


물론 썼던 글을 지울 때가 있습니다. 쓰고나니 부끄럽거나 의도하지 않게 오해나 분쟁을 불러 일으키는 경우에는 그럴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하지만 그런 때에는 이러저러 해서 글을 지우게 되었다, 리플 달아주시거나 읽어주신 분들에게 죄송하다라는 예의 정도는 지키주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그건 넷문화고 클럽의 규칙이고 뭐고를 떠나서 타인과의 소통을 원하는 사람의 기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다보니 이런 사람 저런 사람도 있고 ,멀쩡한 글에 이상한 리플이 달려서 본의아니게 지워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글을 올리시는 분들에게나 리플을 다시는 분들에게나 똑같이 드리고 싶은 말씀이죠.


넷 상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타인과 대화하고자 하는 의지와 그것을 위해 갖추어야할 예의가 아닐까 합니다.




쓰고나니 지은 죄가 많아 자아비판부터 해야할 것 같은

acro™
by acro™ | 2006/04/30 04:18 | 이런저런 이야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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